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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도 슬픔도 다만 알아차림

-조도현경(부산에 있는 유아특수학교에 다니며 아이들과 재미있게 지내고 있다)

 

정말이지 어쩔 수 없이 오는 거다. 난 선원에 오기가 정말이지 싫다. 울력에 새벽예불에 수행은 하루 13시간 이상… 24시간에서 이 시간들을 다 빼면 몇 분이 남을까? 씻고 뒷간 가는 시간까지 빼면 한 시간도 남지 않으리라. 잠은 부족하고 저녁조차 굶는다. 이런 생활을 며칠하면 정말 깡 하나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려 한 달여를 지내고 지금도 주말마다 선원에 오간다. 도대체 왜?

 

가만히 앉아서 배를 보고 있으면 감정들이 우글우글한다. 배는 힘이 들어서 낑낑대고 있다. 미간은 어느새 쭈그러들어 인상을 잔뜩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불편하다.

살아가는 게 불편했다. 재미가 없었고 힘에 부쳐 돌산을 넘어가듯 매일을 비지땀 흘리며 일어나고 잠들었다. 바쁘게 돌아다녔지만 남는 게 없었다. 머리가 멍했다. 지금 생각하니 흐리멍덩했던 것 같다. 하루의 대부분을 기분에 취해 살았다 해도 과장이 아니리라. 하나를 보면 열 스물을 생각했다. 혼자 기분 나빴다. 타인은 다 모난 인간들이었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내가 가장 옳다고 여겼다. 땅을 밟지 않고 생각 속을 걸었다. 숨이 목까지 차서 곧 넘어갈 것 같았다. 그래서 수행처를 찾았다.

 

많은 곳을 뒤졌으나 청안법우님에게 소개받은 적이 있던 이곳의 대학생 집중 수련회에참가했다. 처음에는 5일만 하려고 했다. 5일이면 충분한 시간이고 문제가 해결되어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뒤통수를 맞았다. 수행은 지나치게 어려웠다. 뭐가 뭔지 알 수 없었고 꼬박 5일을 앉아서 서서 잠만 잤다. 하지만 얼핏, 앉아서 배를 느끼며 스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무언가, 말로 할 수는 없지만 무언가가 나를 잡아끌고 있었다. 열어내기만 한다면 보물이 가득할 낡은 궤짝을 발견한 느낌이랄까. 꾸준히 할 이유가 있다고 여겼다. 알 수 없이 막막한 상태를 벗어나 초보수준이라도 되겠다는 결심으로 선원에 알음알음 다녀가다 올해 겨울 스무날을 머무르며 수행하였다.

 

지금은 5월, 한 해 초가 다 간 지금의 내 마음은 무척이나 평안하다. 짧은 수행으로 이렇게 편안해질 줄 몰랐다. 모나고 별 볼일 없는 내 자신이 좋다. 어떤 곳에 머무르든 그곳이 있는 그대로 만족한다. 처음 수행을 시작할 때 나는 스님께 수행의 결과물이 무엇이냐고 곧잘 추궁(?)을 했더랬다. 대답은 간장도 안 바른 흰죽 같았다. “편안해질 겁니다.” 그 멀건 가르침이 이렇게나 좋을 줄이야!

 

요즘은 잠들 때 내일을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나 몇 개월 뒤의 진로나 배우고 싶은 것이나 큰 방향은 잡고 있되 ‘내일 일은 내일 부딪치면 됨’ 이라는 배짱이 생겼다고 할까.

졸업식 날, 들뜬 기분에 취해 내 손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전혀 감지하지 못해 카메라를 떨어뜨렸다. 졸업식의 실수는 19만원으로 수리되었지만 삶에서 부딪치는 많은 사건들에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리게 될 수 있다. 어쩌면 과거에 알지도 못한 채 그런일이 삶에서 멀어져 갔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리석음은 그런 방식으로 나를 괴롭혔을 것이다.

 

내 삶의 화두는 오랫동안 ‘알아차림’ 이 될 것 같다. 오른발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왼발이 무거운지, 배가 뜨거운지 차가운지, 내가 숨 쉬고 속해 있는 시공간 자리가 어디쯤인가, 매 순간 놓치지 않고 찬물 같은 정신으로 명확히 보며 있으련다. 기쁨과 괴로움을 넘어서면 깨달아진다고 어딘가에 적혀 있었던가? 다만 명징하게 바라보고 싶을 뿐이다.

 

 

(수행전문지 PANNA – 창간1주년 기념호, 2006년 6월, ‘수행이 별건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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