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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예찬

–  김양은(부산진여자상업고등학교 교사)

 

반냐라마와 싸띠 수행법을 접하게 된 후 비록 수행을 열심히 하진 못하고 있지만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꼭 수행을 해서 도를 터야지’라며 마음속으로 항상 새겨 온 지는 벌써 5년이나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어른들께서 시간이 화살 같다고 말씀하셔도 그저 단조롭게 반복되는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지더니, 언제부터인지 나이의 빠른 속도를 느끼면서 저 자신을 가끔씩 되돌아봅니다.

 

에피소드 1 – 수행 전

 

저는 교직에 입문한 지 13년째 되는 교사입니다. 진주가 고향인 제가 부산에와서 동래의 어느 여고로 처음 발령 받은 그 다음 해에 담임을 하게 되었습니다. 담임이 된 첫날, 담임시간에 교탁 앞에 서서 학생들을 바라보자 정체 모를 그 무엇에 압도당했습니다. 전에 근무했던 서부 경남권의 학생들은 다소곳하고 순종적이었는데, 자유분방하면서도 자기 표현이 강한 부산의 학생들과 생활하면서 마음이 부대끼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모임이 있어 종례를 옆 반 담임에게 부탁하고 조금 빨리 퇴근하려다가 왕초보 주제에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5층 교실로 갔습니다. 우리 반 교실은 난리가 나 있었습니다. 무던하고 덩치가 커서 중성적인 느낌이 강한 우리 반 학생이 모 교사에게 (학생들 표현을 빌리자면) 질근질근 밟혀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사연을 들어보니 수업을 마치는 종이 울려 우리 반 학생이 화장실에 가고 있는데, 옆 반 교실에서 그때까지 수업을 하던 교사가 복도로 나와 다짜고짜 그 옆을 지나는 학생을 붙들어 왜 이렇게 시끄럽냐며 입에 담기 힘든 언어폭력뿐 아니라 발로 밟고 찼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모임은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다른 학생 2명과 함께 병원으로 갔습니다. 제가 진단서를 요구하자 나이가 든 의사는 진단서는 언제든지 발급할 수 있으니 부모에게 알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해 주었습니다. 저녁에 피해 학생 어머니를 만나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대책을 의논했습니다.

피해학생이 견디기 어려워하는 가장 큰 부분은 종이 울렸기에 복도를 지나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떠들지도 않았는데 다른 아이들이 보는 곳에서 발에 채이고 욕을 먹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피해 학생은 가해 교사에게 전교생 이 보는 가운데 공개 사과하고 교직을 떠날 것을 요구했습니다.

그 다음 날부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화장실에 대자보를 붙였습니다. (요즘은이런 일이 만약에라도 있다면 인터넷에올리겠지요.) 저는 학교 측과 학부모, 학생, 그리고 저 자신의 가치관에 의해 시간이 흐를수록 여러 입장에 따라 휘둘렸고, 마음이 많이 괴로웠습니다. 마음의 안정을 얻고자 밤에 범어사에 가서 절을 정신없이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사건을 일으킨 교사는 교내 방송을 통해 공개 사과를 했고 중학교로 이동했습니다. 그 뒤에는 제 자신을 추스르기에도 급급해서 그 피해 학생을 제가 좀더 자상하게 챙기지 못했던 것이 지금도 아쉽습니다. 일은 마무리 지어졌지만, 그 뒤 무던한 성격이었던 그 아이는 많이 폐쇄적이고 회의적으로 변했습니다. 그 당시는
그것마저도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즉 기계가 고장 났는데 우여곡절 끝에 새 부품을 갈아 넣었으니 잘 돌아갈 거라고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공부를 비롯한 학생들의 학교생활은 담임의 역량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을 잘 알고 역량을 키우기 위해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대학원에서 학생상담의 다양한 기법과 이론을 접했는데, 그 중에서 Gestalt이론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선배가 Gestalt이론은 위빠싸나와 유사한 점이 많다고 하여 다보상가를 찾게 되었습니다. 싸티수행법을 접하고 보니 오히려 Gestalt 이론과 기법들이 근본적인 저의 욕구해결에 별로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상담 이론 중 가장 기본적인 것은 ‘민감하게 알아차리기’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능력을 쌓을 수 있는 방법이 이론적·기법적으로만 제시되어 있어서 상담실력이 쌓여도 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한계 때문에 이런저런 시험지 형태의 테스트를 하고 그 결과의 수치를 분석하는 일을 하지만 이 방법 역시 피실험자의 언어적 능력과 솔직성의 정도에 따른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민감하게 알아차리기 위해서 수행을 하고자 하면서도 자꾸 미루다가 작년 여름방학 때 교사직무연수과정을 계기로 수행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에피소드 2 – 수행을 하면서

 

올해에 저는 실업계로 전보발령을 받았습니다. 지금까지 인문계에만 있다가 실업계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몇 분의 선생님들이 인문계 아이들과 실업계 학생들이 어떻게 다르냐고 물어 왔습니다. 저도 3월 초에는 상당히 차이점이 있을 것이라고 선입견을 가지다가 ‘이것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차이가 있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보면 없던 차이점도 생기기 마련이고, 그 점이 더 부각될 것입니다.

담임을 맡고 한 달쯤 지나고 보니 학생들이 가정 형편은 어렵지만 학생답고 착한 면도 많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인문계 학생들보다는 이기적인 면이 적어서 변화 가능성도 많다고 느꼈습니다.하지만 어디를 가나 예외는 있기 마련입니다.

 

3월 중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저희 반 학생 A가 이동수업에 불참하고 교실에서 놀다가 2번 정도 주의를 받았는데, 또 이동수업을 하지않고 교실에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만지며 놀다가 다른 교사에게 들켰습니다. 그 사실을 듣고 A를 불러서 자초지종을 물어보니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잡아떼는 것이었습니다. 어이가 없고 A에 대한 불신으로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어떻게하면 ‘쿨’하게 해결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실습 시간 중 A의 옆 좌석에 앉는 다른 아이들을 불러 취지를 이야기하며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A가 그랬다고 다들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도 A는 끝까지 부정하였습니다. 그래서 일단 보류하기로 하고 반 전체적으로 주의를 주었습니다.

그로부터 4일 후, 점심시간에 학생들이 급식하는 것을 보러 교실에 올라갔더니 A가 거울을 보면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만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을
보는 순간, 웃음이 나오고 갑자기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이었습니다. 겨우 웃음을 참고 불러서 다음부터는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겠노라는 다짐을 받고 드
라이기는 졸업할 때 돌려주기로 하였습니다.

 

두 번째는 저희 반 학생인 B가 3교시 후 휴식시간에 다른 교사에게 담배 냄새로 걸려서 저에게 왔습니다.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금방 담배를 피운 것이 아니라
아침에 지각을 하는 바람에 생활지도부의 벌을 받기 싫어서 밖에서 서성대다가 피웠다고 둘러대었습니다. 또 B의 말을 믿기가 어려웠으나 일단 교실 수업에 들
어가라고 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쿨’하게 해결할지 고민이 되었는데, 저의 머리로는 ‘어떻게 이런 생각이 떠오를까’할 정도로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 아이를 챙기는 근본적 이유는 앞으로 흡연금지, 거짓말 절대 하지 않기를 실천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철저하게 조사하여 더 이상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흡연 장소가 화장실이 아니라면 서클룸일 거라는 생각에 행정실 직원과 같이 그 학생이 소속된 서클룸에 가서 증거를 찾아보았습니다. 창문이 온통 열려 있었는데 종이컵에 꽁초가 담겨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 서클부장을 불러 서클룸 사용을 제한하였습니다. 그리고 B를 불러 경과를 이야기하자 서클룸에서는 피우
지 않았다고 하기에 그러면 네가 피운 장소에 가서 꽁초라도 주워오라고 했습니다. 속으로는 혼이 났겠지요. 어쨌든 꽁초를 학교 밖에 나가 주워왔고, 저는 교복을 입은 채로 학교 근처에서 담배를 피운 것과 거짓말한 것, 그리고 흡연 그 자체에 대한 주의를 준 후 반성문을 받고 문제를 해결 지었습니다. B는 평소 영민한 구석이 있었지만 행동이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라서 안타까웠는데, 그 사건 이후로 상당히 자신을 챙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세 번째는 학생 3명이 자격시험을 보러 가기 위해 조퇴 허락을 받으러 왔는데, 시험 접수증을 보자고 했더니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여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또 제 머리로 이런 생각이 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거짓말할 기회를 아예 원천봉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상공회의소에 문의한 뒤 조퇴증을 주겠다고 했습니다. 확인해 보니 접수한 사실이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강경하게 부모님을 모시고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학생들이 절실하게 반성을 하고, 저 나름대로도 극약처방은 마지막 수단으로 남겨놓아야 하기
때문에 반성의 다짐을 받은 뒤 교실로 올려 보냈습니다. 그 중 한 명은 드라이기 사건의 A였기 때문에 좀 더 야단을 친 후 학부모와 통화를 하면서 자초지종을 말씀드렸습니다.

이러저러하게 1년 분량의 사건이 1달만에 일어나고 해결되자 반 분위기는 자타가 인정하는 ‘비교적 개과천선’반이 되었습니다. 또 취업시험을 위한 면접을 대비하기 위해 종례 시간에 1분 말하기, 즉 발표할 내용을 수첩에 미리 적어 준비하게 한 후 1분간 발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에는 소극적이었는데 연말에 소책자로 내겠다고 협박하고, 3명 중 1명 비율로 잘 한 학생은 매점이용(2,000원) 쿠폰을 주는 등의 당근책을 사용하다보니 저의 자랑이지만 한 달만
에 반 아이들에게 이유 없이 닦달하지않는, 조금은 신뢰받는 담임이 되었습니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수행을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수행을 시작할 즈음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작년 여름 싸띠 직무연수 이후로 일상생활에서 조금씩 변화되는 저의 모습을 스스로
느낄 수 있습니다.

첫째, 문제나 상황에 이끌려가지 않는 저 자신을 봅니다.(저희 집 아이 문제는 아직 예외임.) 저의 업무상 3월 한 달 동안 정리한 공문만 해도 200쪽 분량의 3
권이 넘을 정도이고, 학급업무와 학생들 문제 등 일이 폭주했는데도 스트레스를 별로 느끼지 않고 처리하였습니다.

둘째, 문제나 상황, 인물들이 조금은 더 객관적으로 보입니다.

셋째, 과거의 저로서는 생각해내지 못할 문제해결의 구체적 방법들이 여유 있게 떠오릅니다.

넷째, 학급의 아이들과 동료 교사들에 대해 이해하려는 방향으로 마음이 돌려집니다. 물론 그 결과 문제해결이 빨라서 좋고 제 마음이 편안해져서 오히려 제가 좋습니다.

다섯째, 주위의 작은 일들 혹은 작은 변화 하나하나를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저의 작은 변화는 권태롭거나 부대끼는 일상에 대해 좀더 충실해지고 저를 행복감에 더 머물게 합니다.

 

(수행전문지 PANNA – 2005년 통권2호, ‘세상사는 이야기 하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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