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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의 접점을 찾아

– 박성환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산책하다가 우물가에 앉아 조용히 그 속을 바라봤다. 그 좁은 공간속에서는 수많은 생명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었다. 부드러운 토양에 자라난 수풀, 그 속을 유유히 가르는 물고기, 잔잔한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는 개구리의 힘찬 헤엄…. 햇살 따사로운 오후의 풍경 속에서 자연이 주는 행복에 취한 나는 기억의 한 자락을 꺼내보게 되었다. 해군을 막 제대한 직후 단기출가자가 되었던 2년 전 겨울밤 달은 유난히도 밝았다.

 

선원에서의 생활은 수행이기 전에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기본적인 욕구들로 힘들었고, 좌선할 때의 통증과 행선할 때의 어지러움에 회의도 느꼈다. 솔직히 처음 2주는 오기로 참아내면서, 스님들의 가르침을 따라 정진을 다짐했던 시기이기도했다.

‘알아차림’이라는 생소한 과제를 체화하기 위해, 마음을 행동의 흐름에 집중시켰다. 행동의 끝 지점을 알아차림 하면서, 습관과 선입견에 익숙해진 나의 삶을 정화시키고자 했다. 새벽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행선, 좌선, 생활선, 울력 등 ‘수행의, 수행에 의한, 수행을 위한’ 반냐라마 사관학교의 시간표에 스스로를 맞추면서,기꺼이 즐기고자 했다.

그 해 겨울은 유난히도 추웠고, 주위에는 삭막한 벌거숭이 산 뿐이었다. 삭막함도 나의 선입견일 뿐이었다. 산은 본디 그 자리에 있고 나무는 그저 그곳에 뿌리박고 있을 뿐이었다. 모든 것이 자기 자리에 있었고, 자유롭게 흘러갔다. 수행이 끝나기까지 마냥 좋았다.

 

3달의 수행이 끝나고 현실로 돌아왔을 때,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과 내 나름의 정의를 내렸던 세상에 대해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음을 느꼈다. 이익과 기회에 직면 했을 때 생기는 이기심과 욕구에 대해서 보다 자유로울 수 있었다. 한줄기 바람과 앞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에 여유와 행복감을 느낄 수도 있게 되었다.

그렇지만 세상과의 조화하는 데는 보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더욱이 세간에 돌아와 세상과의 접점을 찾아가면서, 수행자로써의 익혔던 절제와 정진이 많이 퇴색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출가의 3개월보다, 일상에서 오히려 수행의 필요성을 느낀다. 순간순간과 세상과 접촉하는 모든 과정들이 수행의 장이자, 재가자로써 장기수행의 시작이다.

사실 수행자경험이 오히려 ‘나는 다르다’는 선입견을 만들었던 것은 아닐까. 우물 속 다양한 생명들이 조화를 이루듯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될 것을, 자타구분은 어리석음이었다. 단기출가의 목적은 삶의 정신적 자양분을 길러내는 훈련이었음을 되새겨 본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보고 달을 보지 못했음을 반성하면서, 경험의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다.

 

‘누구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의 몸을 의지처로 삼아라.’고 하셨다.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는 가능성과 방법의 개방성이었다. 선입견과 습관에 매몰되지 말고, 매순간 순간 깨어있어야 한다. 스스로가 세상과의 접점에서 조화를 이끌어 내어야한다. 수행의 완성은 찰나의 깨달음이 아니라 주체성의 확보에 있다고 믿는다.

자리에 앉았을 때 누었을 때나 세상을 활보할 때 숨을 쉬며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알아차림 수행을 하는 것. 즉 ‘불교수행은 생활이다’는 것이 나의 조그만 결론이다. 오늘도 나는 매 순간 세상과 접점을 찾는다.

 

(수행전문지 PANNA – 2006년 통권 14호, ‘수행이 별건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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